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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린스 1호점> - 최한결은 게이? TV


성격 털털하고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자. 정의감에 불타고 의리에 죽고 사는, 일종의 남자들의 스테레오 타입인양 붙는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여자. 게다가 외모까지 여심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미소년으로 보이는 여자. 굳이 쉬운 말로 우린 이런 여자를 남자 같은 여자, 보이쉬한 여자라 부른다.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적지 않았다. 국내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채림이가 맡았던 캐릭터 역시 그렇고, 신은경이 의사로 분했던 <종합병원>에서의 캐릭터 역시 그렇다. 굳이 남자 같은 외모가 아니더라도 위에서 말한 성격 자체만 따진다면 그런 캐릭터는 정말 무수히 많다. 최근에는 김삼순이 그러했고 장동건과 김남주가 주연했던 <모델>에서의 김남주 캐릭터도 그렇다.

 

하나같이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드라마이고 캐릭터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그리 신선할 것도 없고, 고은찬이라는 캐릭터 역시 사실은 새로운 히로인 상(像)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순 없다.

 

현재 10화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쭉 생각하고 주목하고 싶어지는 부분은 오히려 이 드라마 게이 코드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게이를 내세운 연속드라마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없으니 설령 있었다 치더라도 그렇게 대히트를 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마이너한 소재, 비주류가 주류가 중심인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커피 프린스 1호점>도 이런 식으로 밖에는 갈 수 없었겠지만, 10화까지 보여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명백한 게이드라마이다.

 

서로 앙앙거리는 두 남자 사이에 언제부턴가 친숙함이 생기고 이 친숙함이 점점 더 커져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고민하는 모습은 게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이러한 게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많은 부분 가지고 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필자는 보는 내내, 고은찬과 최한결의 성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다녔다. 현재 일본에서도 남장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방송 중으로 현재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남장 여자를 내세운 드라마이지만,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청춘 성장 드라마라고는 할 수 있지만, 게이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우선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만큼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노 이즈미는 아시야 미즈키의 정체를 일찌감치 알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아시야 이즈미라는 인물로 인해 높이 뛰기를 포기한 사노 이즈미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물론 여기에도 미즈키를 좋아하게 된 나카츠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는 등장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지나지 않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이러한 상황이 역전되어 보여준다. 청춘 성장 드라마이지만, 그 중심에는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의심하는 두 남녀가 있다. 그 동안 남자 같은 게 좋았고 마냥 편하기만 했던 고은찬은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자신의, 원래의 성(性)을 되찾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한결은? 남자 같은 여자를 좋아한 게 된 것이니 상관 없겠지… 이건 어디까지나 대중의 거부감을 피해가려는 설정에 불과하다. 극중 최한결은 단 한번도 고은찬을 여자로 본 적도 없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번쯤 의심해볼 만도 하건만, 꽤 많은 시간이 흐르도록 그런 장면은 없다. 고은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커피 프린스> 사람들도 고은찬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일반(straight)와 이반(gay)이 엇갈리는 게 아닐까. 고은찬을 놓고 연적 관계 있는 최한성은 고은찬을 여자로 보지만(물론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최한결은 그렇지 않다는 게 쭉 마음에 걸린다. 이 점 때문에 필자는 자꾸만 최한결의 성 정체성에 의문표를 찍게 된다.

 

최한결이 게이라면, 여기에서 한유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숙제가 남는데, 10화가 방송되도록 한유주와 최한결의 관계를 명백히 설명하는 장면은 한 군데도 없다. 그저 막연하게 최한결이 십 수년 동안 한유주를 마음에 품어왔다는 게 다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아버지에게 반발한 최한결이 한유주에게서 위안을 받게 되면서 한유주와 남다른 관계로 발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여자로서 한유주를 기억한다기 보다는, 마음의 친구, 보살피고 위안을 받는 관계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게 더 적합하다.

 

남자가 남자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일반(straight)이지만, 동성 남자를 좋아하는 건 이반(gay)이다. 그렇다면 과연 최한결은 어느 쪽일까? 시청자는 처음부터 고은찬이 여자라는 걸 알고 봤으니 당연히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지 하고 주장할지 몰라도 최한결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해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최한결, 너는 누구를 좋아한 것이지?

 

다음주 드디어 최한결이 고은찬의 비밀을 알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과연 최한결의 반응은 어떨까? 비밀을 알게 된 최한결이 이번에는 여자로서의 고은찬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 달 브리트니 머피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앤 트러블>이나 미 인기 시리즈 <윌 & 그레이스>, <섹스 앤 더 시티>는 일반인과 게이, 게이와 게이, 여자와 게이 등의 관계를 잘 짚어내 그린 작품들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 사회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드라마 속의 인물들도 고민해야 한다. 끊임 없이 고민을 거듭하며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필자가 기대하는 한국 드라마의 모습이다. 그 기대 앞에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서 있다.
과연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어디에서나 뻔히 볼 수 있는 청춘 러브 코미디로 끝나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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