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공허감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을 찾고 있다는 증거다.
by 냉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亀は意外と速く泳ぐ, 2005)
연극 '시티 보이즈'의 극작가 겸 연출가, '타모리 구락부', '다운타운의 아주 좋은 느낌(ダウンタウンのごっつええかんじ)', '트리비아의 샘' 등 다수 TV 프로그램에 구성작가로 참여하며 그 재능을 발휘해 온 미키 사토시.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극장감독 데뷔작 '인 더 풀'에서는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의 맛을 살리면서 그만이 지닌 독자적인 맛까지 가미해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도 훌륭하게 선보이고 있다. 배우진들의 괴연(?)도 빛나는 이 작품 때문에 배꼽 잡은 관객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미키 사토시 감독의 극장 개봉 두 번째 작품이 되는 신작은 데뷔작과 거의 차이를 두지 않고 개봉되게 되었다. 이것이 이번에 소개할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이다. '인 더 풀'과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연속으로 개봉하게 된 미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이지만 사실 제작 순서는 그 반대라고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해외 근무 중인 남편이 부탁한 거북이를 돌보는 것만이 하루 일과인 평범한 주부. 만나기로 한 친구는 시간이 다 됐는데도 오지를 않고 화장실에서는 아줌마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 부딪히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며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린다. 이대로라면 이 끔찍한 일상에 질식하는 게 아닐까 불안을 느끼는 그녀.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눈 앞에 스파이 모집이라는 우표 사이즈 정도의 작은 벽보가 보이는 게 아닌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거기로 전화를 걸어 보는데... 대략 스토리는 이렇다. 평범한 주부가 스파이가 된다는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뭔가의 음모에 휘말리는 등의 상상도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전혀 없이 미키 사토시다운 아기자기한 익살이 오프 비트 감각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출연은 '스윙 걸즈'의 우에노 주리,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아오이 유우라는 앞으로의 활약이 점점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 명의 젊은 여배우와 이와마츠 료, 후세 에리, 이부 마사토, 마츠시게 유타카, 카나메 준, 무라마츠 토시후미, 히다 야스히토, 누쿠미즈 요이치 등 TV에서부터 연극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약하는 개성 만점의 배우들이 모여 자신들의 연기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미키 사토시가 작, 연출을 담당한 '시티 보이즈'의 연극을 본 사람이라면 몇 개의 삐딱선 부조리 개그 콩트가 이어지면서 하나로 묶여져 가는 식의, 그의 감각을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작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정말로 이런 감각으로 가득찬 작품으로 스윗 스팟(Sweet Spot)에 맞아 쭉 뻗어가는 듯한 탄력감으로 가득한 에피소드가 유유히 전개되며 이야기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미키 사토시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스파이 모집 포스터가 실제로 붙어 있다는 소문에서 힌트를 얻어 스파이 모집 포스터는 5밀리미터 이하의 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구상을 하고 여기에 여러 이야기들을 혼합하면서 이야기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다가 아닌 세상이 이 작품에는 가득하기에 매력적이다.

그것은 바로 평범함 속에 보이는 즐거움, 부조리이다. 평범하게 살며 그 평범함에 질식할 것 같은 주부가 스파이 모집 벽보를 보고 응모해 채용되면서 지금까지와 별다를 것 없는 생활에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스파이로 채용된 것은 그 평범함 덕분이지만 이번에는 스파이로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에 묘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에게 새로운 발견 혹은 즐거움을 야기해 간다. 하지만 이 즐거움이라는 건 지금까지의 생활 속에 존재했던 것으로 단순히 깨닫지 못 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너무나 즐겁고 사랑스러운 것이기도 한 것이다.

작품의 평가는 미키 사토시의 개그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크게 차이를 보이리라 생각되지만, 있을 수 없지만, 어쩌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어느 주부의 일상을 그리면서 평범하게 사는 즐거움을 전하는 너무나 멋진 작품이다. 이런 의미에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타이틀도 아주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미키 사토시의 팬은 물론이고 별볼일 없는 일상을 다소 황당하게 그린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http://tv.co.kr/movie/review/movieReview.html?movie_idx=3248&channel=movie&subPageType=product
by 냉이 | 2005/07/06 00:16 | Movie | 트랙백(1)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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