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팬들 사이에서 CBS는 속된 말로 크라임 브룩하이머 시스템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CBS 네트워크는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범죄 드라마 편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CSI: 과학수사대를 필두로 그 스핀오프와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다룬 , 미해결사건에 초점을 맞춘 <콜드 케이스>와 숫자를 이용한 <넘버스>, 범죄 행동심리 전문가들인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을 그린 <크리미널 마인드> 등 대부분의 범죄 드라마 가운데 히트 시리즈는 CBS에서 양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2008-2009년 시즌 CBS는 또 두 편의 범죄 드라마를 편성했으니 한편은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에 의한 <일레븐스 아워>이고 또 다른 한편이 이번에 소개할 <멘탈리스트>이다.
멘탈리스트.
1. 정신적으로 예리한, 혹은 최면, 암시를 이용하는 사람.
2. 사고와 행동의 조종에 능한 사람
<멘탈리스트>는 드라마 초반 멘탈리스트에 대한 정의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고 멘탈리스트에 대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보면 한때 영매사로도 활동했던 패트릭 제인은 지금은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CBI)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레드 존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멘탈리스트 패트릭 제인을 연기하는 이는 L.A. 컨피덴셜로 이름을 알린 사이먼 베이커가 맡았다. 사이먼 베이커는 영화뿐만 아니라 TV계에서의 활약도 꾸준히 하고 있어 2001년에는 CBS의 법정드라마 <가디언>에서 주연을 맡아 4년간 시리즈를 이끌었다. 그리고 2006년 같은 CBS에서 야심차게 내놓으며 평단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던 도둑 드라마 <스미스>에 출연했으나 세 편의 에피소드 방영 후 캔슬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CBS를 통해 TV계에 컴백한 작품이 바로 <멘탈리스트>이다.
HBO의 역사 드라마 <로마>의 크리에이터 브루노 헬러의 기획으로 탄생된 <멘탈리스트>는 길었던 미 작가협회(WGA)의 파업으로 홍보 부족이라는 시련을 겪었음에도 시리즈 파일럿(<스몰빌>, <밀레니엄>, <다크 엔젤>, <위다웃 어 트레이스>, <사라 코너 연대기> 등의 파일럿 연출을 맡으며 시리즈를 히트로 이끌어왔던 데이빗 누터가 이 작품의 파일럿 연출을 맡았다)에서 무려 1,560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함으로써 화려하게 데뷔했고, 에피소드 5까지 방영된 지금도 1,5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에 앉히며 명실공히 2008-2009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CBS는 지난 10월 15일 <멘탈리스트>의 1시즌 완주를 발표함으로써 시리즈화를 예고했다.
이렇게 예상 외의 선전을 보이고 있는 <멘탈리스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초반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멘탈리스트>의 최대매력은 사이먼 베이커란 배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때 영매사로도 활약했던 패트릭 제인이란 캐릭터는 <가디안>의 닉 폴링처럼 진지하지만, 그 반면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크리스찬 톰슨처럼 유머 감각까지 유쾌한 인물이다.
사사로운 것 하나에도 예사롭지 않게 넘어가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지닌데다가 시니컬하든 그렇지 않든 그가 바라보는 그 시야의 폭이란! 시청자가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가디안>의 닉 폴링 이후 <멘탈리스트>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사이먼 베이커가 이 작품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을 맡았다는 찬사를 받는 데에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멘탈리스트>에 대한 반응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멘탈리스트>는 USA 네트워크에서 인기 리에 방송 중인 <사이크>의 드라마판이라는 쓴 소리를 들어야했고, 또 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설정은 <탐정 몽크>를 연상시키며 연쇄살인마와의 줄다리기가 그려진다는 점에서는 <덱스터>의 설정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필자가 <멘타리스트>에 주목하는 딱 한가지 이유는 < 멘탈리스트>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과학적 수사도 아닌,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영매 수사도 아닌, 그저 모든 수사의 기반은 이해에 있고 그 이해에 따른 관찰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드라마는 시종일관 패트릭 제인의 눈을 클로즈업하고 그의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 혹자는 그에게 사이킥이냐 묻지만, 그의 사고의 근거는 관찰에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패트릭 제인은 극중 사이킥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처음에는 그의 주변인물들마저 콧웃음을 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이런 주장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마치 바이러스처럼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 나간다. 이것이 <멘탈리스트>의 진면목이 아닐까.
<멘탈리스트>는 그 동안 엄청난 지식물량으로 시청자를 압도시켜왔던 범죄 드라마와는 달리, 안정적인 배우들과 이해하기 쉬운 관찰력과 설득력으로 억지스럽지 않게(!) 호소하며 새로운 수사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CSI: 과학수사대를 비롯한 일련의 제리 브룩하이머 작품으로 범죄 드라마의 천국이라 불리게 된 CBS 는 남미 사업가 가족사를 그린 <케인>이나 영화배우 휴 잭맨의 제작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비바 래플린>, 뱀파이어 탐정 이야기를 그린 <문라이트> 등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했으나 그때마다 번번히 쓴 고베를 마셔야만 했다. 결국 올해는 <멘탈리스트>, <일레븐스 아워>와 같은 범죄 드라마를 편성함으로써 기존의 노선으로 돌아왔고 <멘탈리스트>의 선전으로 2008-2009년 역시 CBS의 범죄 드라마 노선은 계속될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