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 공허감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을 찾고 있다는 증거다.
by 냉이
[영화 내 멋대로 거들떠보기] 영국산 이 남자의 영화



오늘은 내가 격하게 아끼는 배우 사이몬 페그를 소개할까 한다.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당연하다! 영국 남자 배우 하면 당연히 숀 코네리, 휴 그랜트, 제임스 맥어보이 같은 미남 배우들이 속속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테니 말이다.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키 작은 배우라고 한다면 기억 할지도 모르겠다. 사이몬 페그, 그는 분명한 영국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가 접해온 영국 미남 배우들과 다른 종이다. 그는 얼굴이 잘생기지도, 결코 착하다 할 수 없는 몸매와 심하게 작은 키로도 헐리우드에 입성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재능 있는 배우로 최근엔 영화 <스타트랙>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이몬 페그, 커스틴 던스트와 로맨틱 코미디를 찍다?!

로맨스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 잭 블랙은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기네스 팰트로우와 커플로 열연했고, 사이몬 페그는 스파이더 맨의 연인인 커스틴 던스트와 <하우 투 루즈 프렌즈>에서 호흡을 맞췄다. 로맨스 영화와는 거리가 상당히 있어 보이는 외모의 사이몬 페그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물론 HBO의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출연했다. 눈 빠질 정도로 크게 뜨고 보다 보면 편지 하날 건네주고 사라지는 그의 얼굴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 장면 이후로 그 드라마에서 다신 사이몬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참고로 제임스 맥어보이도 이 드라마에 잠깐 나온다. 사이몬 보다는 좀 더 분량이 많았지만 대동소이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남성판이라 불리는 영화 <하우 투 루즈 프렌즈>는 연예잡지사와 헐리우드의 유착관계를 보여준다. 연예면 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아찔한 쇼맨십으로 기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려 발버둥치는 신인 연예인, 유명 연예인들의 기사를 싣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쯤은 적당히 타협 가능한 연예기자. 이 영화는 토비 영이 연예잡지기자로 일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웃기는 영화다. 하지만 영국에선 그렇게 재기 넘치는 배우인 사이몬 페그가 미국에선 그렇게 먹어주지 않는 듯 하다. 찌질하고 덜렁거리며 늘 사고만 치는 시드니 영이란 캐릭터는 풍자적이면서도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큰 웃음에선 인색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가십이란 TV를 켜면 늘 접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에서 헐리우드의 가십에 대한 시각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못한 점이 결국 흥행의 발목을 잡지 않았나 싶다.

트랜스포머의 섹시한 여배우 메간 폭스가 멍청한 헐리우드의 섹시 배우인 소피 역을 맡아 열연하고, X파일의 여전사 질리안 앤더슨이 홍보담당자 엘리노어로 열연했다. 헐리우드의 알맹이를 다룬 영화라 그런지 카메오도 참 화려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냥 가벼운 웃음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면면의 이면에, 그들이 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장면도 있다. 왕년엔 잘 나가던 여배우를 모른 척 무시하던 사이먼의 상사. 그녀를 알아보고 싸인까지 받던 사이먼을 여배우는 꼭 기억하겠노라 약속하지만, 자신이 다시 세상의 조명을 받게 되자 사이먼을 모른 척 무안을 준다. 억울하고 자존심 상하다면? 스타가 되면 된다! 유명해지면 된다! 실력이야 있든 없든 유명하면 실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게 세상이다. 백날 실력 닦아도 패션이 촌스럽다거나,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되는 사회의 모습은 참 씁쓸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이먼은 자신의 외모를 극단적인 웃음거리로 풍자하기도 한다. 극중 외모와 직업에서 내세울 것 없는 그는 영국의 백작이라고 사기 치려 한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있어야 못생긴 외모가 용서되는 여성들의 허울과 가식을 꼬집는 것이다. 또, 소피의 매니저와 마주선 장면에선 소인과 거인으로 화면을 포장하기도 한다. 은연 중에 소피라는 빅 스타 앞에서 한 없이 가벼운 존재인 그는, 심지어 그녀의 매니저 앞에서까지 왜소해지는 것이다.

비록 극중 시드니는 <콘에어>가 최고의 영화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별종이고, 시상식에 들어가기 위해 돼지를 <데이브3>에 출연한 배우라고 박박 우기기도 하고, 섹시한 여배우와 한 번 자 보려고 껄떡대는 찌질남이고, 상사의 승진 축하 선물로 사무실에 트랜스젠더 스트립퍼를 부르는 구제불능이지만, 그래서 그가 더 재밌고 유쾌하다.


영국표 액션 영화의 뜨거운 맛을 보여드립니다!

왜 <뜨거운 녀석들>을 주목해야 하는가?! 그것은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이후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배우들, 스텝들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때도 그러했지만,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사이먼 페그의 만남은 천상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새벽의 황당한 저주>이후의 작품인 <뜨거운 녀석들>을 보다 보면 이들이 이 영화 한편에 쏟아 부은 오마주와 패러니, 풍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 나쁜 녀석들, 더티해리, 오마주는 셀 수 없이 넘쳐 흐른다. 이들만큼 영화를 많이 섭렵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에드거 라이트 감독은 자신의 전작 스타일에 진일보 한 영상감각과 스토리 라인을 보여준다. 사이먼 페그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지만 영화가 풍기는 블랙코미디는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범인을 너무 잘 잡아서 승진대신 범죄율 0%인 시골 마을로 좌천된 경찰 니콜라스. 그는 마치 레옹처럼 달랑 화분 하나 들고 시골 마을에 내려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액션영화광인 대니와 파트너가 된다. 경찰은 경찰 같지 않고, 평범하다는 마을 사람들은 어딘 가 좀 이상한 그런 마을에서 니콜라스가 하는 일이라곤 집 나간 오리를 잡아 오는 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진짜 범죄가 일어나길 정말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사건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니콜라스가 마을의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영화 <스크림>처럼 사람들이 연달아 죽어나간다.

이 영화는 언뜻 봐도 경제적 지원이 풍부했던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빠른 영상 편집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자극한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보다는 더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라인이 강점이지만, 어떤 이들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컬트적 요소가 오히려 잘 살지 않는다고 이 영화에 엄지손가락을 다운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이 영화에서의 사이몬 페그가 더 좋다. 짧은 팔다리로 범인 쫓겠다고 뛰어가는 그의 모습도 재밌고 유쾌하다. 억지로 무표정한 척 연기하지만 그 속에 개구쟁이의 미소가 언뜻언뜻 비치는 것도 참 좋다.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사이먼 페그는 블랙코미디로 세상을 풍자한다. 평화롭고 조용한 농장 마을엔 온갖 총기구와 해저 어뢰까지 즐비하다. 겉에선 평화로워 보여도 그 속은 곪을 대로 곪아 부패한 모습. 세상의 정해진 룰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짙게 깔려있다. 그리고 이 점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했을 감독 자신의 경험담일지 모른다고 추측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우 투 루즈 프렌즈>에서 극중 시드니 영이 최고의 영화로 꼽는 영화로 <콘에어>를 든다. 말코비치의 연기력, 니콜라스 케이지의 액션, 스티브 부세미의 코미디, 게이 담당 존 쿠삭까지 마치 뷔페 같은 영화라고 말이다. 이 말은 사이몬과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철학을 비유한 말과도 같다. <뜨거운 녀석>들이 바로 사이몬 페그의 연기력과 액션, 코미디, 닉 프로스트와의 동료애를 넘은 끈끈한 눈빛으로 말이다. 영화 속에서 사이몬 페그는 실제론 최고의 영화로 <콘에어>가 아니라 <뜨거운 녀석>들을 꼽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사이몬 페그, 그는 헐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우 투 루즈 프렌즈>는 카메오들 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개인적으로 사이몬 페그를 좋아하지만, 뭔가 헐리우드와 만나 그의 색깔이 점차 희석되는 느낌이다. 그 전작인 영화 <런, 팻보이, 런>은 사이몬 페그 자신이 각본을 맡았고, 시트콤 프렌즈의 로스 역을 맡았던 배우 데이빗 쉼머가 연출한 영국 영화다. 그러나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에선 그렇게 재치 있고 빛나던 배우 사이먼은 이 영화부터 덜 웃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 사이몬 페그를 앞으로 좀 더 지켜볼 작정이다. 어찌됐든 사이몬 페그는 자신이 각본과 연기를 할 정도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다.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함께 일 할 때 더 빛나는 배우인 건 사실이지만, 인생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지 않겠는가?! 팬으로서 언젠가 두 사람이 다시 함께 작업할 날을 기약하지만, 그래도 사이몬 페그가 이왕 헐리우드로 발판을 확장했으니, 좋은 배우로 거듭났으면 한다.

(출처: TV.co.kr)

by 냉이 | 2009/06/17 10:15 | 영화 내멋대로 거들떠보기 | 트랙백(1) | 덧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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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매력있는 배우에 대해 알게 되네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제가 봤던 작품들이 몇 작품 되는데 전혀 기억나질 않는 걸 보면 정작 진면목을 보여줬던 영화를 감상하진 못했던 듯 합니다; 메간 폭스 좋아하는데 &lt;하우투 루즈 프렌즈&gt;로 사이몬 페그를 눈여겨 볼 기회를 가져봐야겠네요. ...more

Commented at 2009/06/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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